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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탐구생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대화

by 웰시아 2023. 4. 7.

 

1. 시어머니의 숨은 뜻

  보통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요구하는 게 있을 때, 넌지시 말하며 자신의 뜻을 헤아려 주시길 원한다. 시어머니는 자신이 불편한 소리를 하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며 편리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길 바라며, 거기에 며느리는 응당 예의 있게 뜻을 헤아려 이미 정답이 있는 답정너의 대답을 해드려야 하는 구조이다. 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대화는 이러한 형태의 언어소통방식이 되어야 할까. 그냥 있는 그대로 말을 해주고, 거기에 따른 대답을 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주어질 수는 없을까.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그 뜻이 전달되지 않았을 때나 며느리가 그냥 모른 척 넘어가 버릴 때 자신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분해하고 괘씸해한다. 며느리는 왜 시어머니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는지 의문이지만 처음에는 맞춰드리다가 시간이 갈 수 록 며느리도 시어머니의 그 숨은 뜻 파악에 진저리가 나고, 시어머니가 뭔가를 꾸민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의 결혼초의 에피소드를 잠깐 꺼내자면, 나 또한 시어머니와 그런 형태의 대화를 했고, 그 이후에는 시어머니의 숨은 뜻 파악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유쾌하지 않았었다.

 

2. 며느리에게 원했던 것

  때는 금요일 저녁이었다. 신혼 초이기도 했고, 다음날은 토요일이기에 남편과 데이트할 생각에 설레는 저녁이었다. 시어머니가 느닷없이 전화를 해서 며느리인 나에게 컴퓨터 이야기를 했다. 컴퓨터가 잘 안 되는데 좀 봐줄 수 없을까, 하고... 나는 컴퓨터 관련해서 지식도 별로 없었기에, '컴퓨터에 문제가 있으시면 삼성이나 엘지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하셔야지 왜 나에게 하시지'라는 의문점이 들었으나, 나도 모르게 어머님이 원하시는 게 뭔가 하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시어머니는 그 생각하는 짧은 공백의 시간이 불편하셨는지, 다시 한번 힘주어 원하는 바를 어필하셨다. "내가 아무리 해도 안되는데 너희들이 좀 와서 해보면 어떨까 하고, 괜찮으면 내일이라도 좀 들를래?"라고.. 결국엔 시어머니가 원하셨던 것은 전문가의 컴퓨터 수리가 아니고, 당신의 아들과 함께 본인집에 방문을 하여라 라는 강력한 메시지 었던 것이다. 보통 약속을 잡을 때는 내일 일정이 어떤지, 그리고 올 의사가 있는지가 담겨있는 유치원생도 쓸 수 있는 아주 쉬운 간결한 문장이 있다. "내일 우리 집에 놀러 올래?"라는 문장이다. 그런데 왜 시어머니는 이런 쉬운 표현을 놔두고 컴퓨터라는 매개체에 숨어서 뜻을 피력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항상 시어머니 말속에 숨은 뜻이 있을 거라는 불신이 사로잡게 되었다. 그때의 시어머니의 '컴퓨터 체크 방문 요구'는 우리의 데이트 선약이 있다는 말로 남편에 의해서 딱 잘라 거절되었지만, 시어머니는 며느리인 나의 입이 아닌 당신의 아들입으로 거절을 들었기에 별 문제없는 상황으로 일단락되었다.

 

3. 대화방식

  시어머니의 이런 대화방식의 이면에는 며느리의 거절에 대한 두려움 있고, 그 두려움 속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이 있으며, 그 불안함 속에는 며느리가 나를 무시하면 어떡하지 하는 자기 방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 시대와 같진 않지만 여전히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아직까지 갑과 을의 관계로 형성되어 있고,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시어머니들이 아직도 많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깔고 며느리와 대화를 한다면,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요구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순간 시어머니들은 나를 무시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도 있고, 혹시 모를 '아니요'를 대비해서 은근슬쩍 메시지는 피력하고, 요구를 거절한다고 해도 덜 민망할 수 있었던 '컴퓨터 체크 방문'과 같은 핑계가 필요했었을 것이다. 또, 하루 전에 전화해서 당장 내일 오라고 하는 요구도 일단은 무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시어머니가 말했으니 며느리가 들어줄 것이라는 관계에서의 '갑'의 마인드로 대화를 시도했었기에, 며느리인 나의 입장에서 그 대화는 썩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건강하고 정상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답정너'의 대화를 요구하지 않고, 며느리에게도 Yes/No의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시어머니 본인 스스로 거절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게 되어, 둘 사이의 대화가 좀 더 명확하고 진실한 소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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