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로라 발현시기, 조건, 예측
알래스카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기는 10월부터 4월 셋째 주 정도까지라고 한다. 특히 알래스카 중에서도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페어뱅크스 쪽을 방문하여 앵커리지보다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높인다. 오로라는 자연 현상이므로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투어의 가이드분도 항상 말씀하시기를, 과학적인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기에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그 예상을 깨고 오로라를 이유 없이 못 보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오로라 관람은 철저히 하늘에 운에 맡겨야 하는 로또 추첨 같은 것이었다. 그 예측불가능한 하늘아래에서 인간은 그저 확률을 따져보고, 오로라를 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투어를 해보는 것처럼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노력을 해보는 것뿐이었다. 우리는 페어뱅크스에 4월 16일에 도착했다. 아직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아니었는데 해는 이미 백야가 시작된 것처럼 저녁 10시 30분이 넘어가야 겨우 초저녁의 느낌이 났다. 오로라를 보기 위한 기본조건은 날이 다 저물고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사람의 눈으로 그나마 식별이 가능한데, 석양이 늦어지는 것부터 오로라 관측을 위한 조건에서 한걸음 물러서고 있었다.
결국에는 투어시작 시간이 조금 더 미뤄졌다. 보통 저녁 10시 30분 픽업이었지만,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기에서 간신히 바짓가랑이를 늘어뜨리고 있는 끝자락의 주였기에 11시 40분으로 시작시간을 늦춰 어떤 노력으로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페어뱅크스에 와서 오로라는 신의 영역이기에 오로라를 꼭 봐야만 한다는 욕심은 비우고, 이곳에 오로라를 위해 온 것만으로 의미 있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16일에서 17일로 넘어가는 새벽 관람 스케줄이었지만, 픽업시간을 뒤로 미룬 것 외에 다른 난관에 부딪쳤는지 이틀이나 미뤄진 18일에서 19일로 넘어가는 새벽으로 일정이 조율되었다. 날씨가 흐려서 오로라 관측이 힘들다는 예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여행 일정을 바꾸더라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빛이 없어야 하는 암흑의 조건과 구름이 없는 맑은 날씨까지 받쳐줘야 오로라 관측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오로라는 이 머나먼 페어뱅크스까지 와야 하고, 또 까다로운 기상 조건을 맞추고, 그 와중에 여러 가지 생길 수 있는 변수를 피해야만 볼 수 있다. 이쯤 되니 정말 오로라를 보는 것은 인간으로서 한없이 성스럽고 영광스러운 선물을 받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2. 오로라 투어 이용하기
페어뱅크스에 오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오로라 투어이다. 애초에 이곳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라 하나로 설명이 가능한 곳이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도심과 떨어진 산속에 위치한 랏지에 머무르며 오로라를 보는 것, 본인이 직접 차를 운전해서 오로라 스팟을 찾아 관람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로라관람을 위한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투어 중에서도 오로라 스팟을 찾아 차를 타고 추적하는 방법의 투어와, 숙박시설 랏지에 돈을 지불하고 그곳에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간 동안만 잠시 머물며 오로라를 보고 오는 투어가 있다. 둘의 형태 대부분의 투어가 호텔 픽업과 드랍오프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오로라 스팟을 찾아 차를 타고 추적하는 투어(Chasing Northern Lights&Aurora with Photo service)를 이용했다.
사람의 눈으로 식별 가능한 오로라 색깔은 한정적인 데에 반해 카메라 렌즈로는 다양한 프리즘이 잡힌다. 그런데 그 빛을 담아낼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은데 거기다가 우리의 모습까지 같이 담는 사진까지 찍어준다는 것에 고민 없이 바로 결정을 했다. 보통 오로라 투어는 1인당 200달러 내외의 가격으로 책정된 듯하다. 트립어드바이저나 각종 사이트에서 여행상품을 팔기도 하지만, 다이렉트 전화번호나 이메일로 투어 업체에 직접 연락을 하여 예약을 바로 할 수도 있다. 해가 길어진 탓에 미루어진 저녁 11시 40분 픽업을 시작으로 투어가 시작되었다.
도심에서 나오는 불빛을 피해 산속으로 차가 이동을 했다. 첫 번째 스팟에 도착했지만,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저 멀리 해는 아직도 남아있던 상태였기에 주변이 아직도 밝은 것이 이유라고 했다. 가이드 겸 포토그래퍼분이 셔터를 몇 번 누르더니 갸우뚱 거리며 다시 차에 올랐다. 두 번째 스팟으로 갔다. 이번엔 바람이 많이 불어 오로라가 흩날리게 되어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시리도록 그 차가운 공기와 비몽사몽 한 잠결에 두 번의 실패 소리를 들으니 더욱 피곤해졌다. 세 번째 스팟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바람이 좀 멎을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영하 11도를 향해가는 밖의 차가운 공기와 상대적으로 온풍을 아주 강하게 튼 차 안의 히터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나는 힘이 빠졌는지 뒷좌석에 고꾸라져 잠이 들어버렸다.
한 30여분 지났을까, 가이드님의 흥분되고 격양된 목소리가 들렸다. 차문이 열리자 자다가 추운 기운을 그대로 흡입하니 여간 짜증이 났다. 오로라를 위해 처음에 품었던 예쁘고 성스러운 마음은 어디 갔는지 춥고 잠 오는 원초적인 불편함이 잠시 앞섰나 보다. 모자와 장갑을 쓰고 외투를 닫으며 엉기적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가이드분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자 그 하얀 눈밭에 아름다운 오로라가 피어있었다. 그 순간 시공간이 초월한 느낌이 났다. 어렴풋이 피어나는 오로라가 하늘을 가로질렀다. 오로라의 모양은 몇 초, 몇 분 내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작게 시작했다가 크게 번지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했다.
차가운 영하의 날씨에 그 깨끗한 눈밭에서 보는 오로라는 정말 성스럽기 그지없었다. 차가운 공기는 어지러운 내 머릿속을 깨끗이 비워주고, 아름다운 오로라는 내 마음속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었다. 감동적이고 그 아름다운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오로라를 보기 위한 여정이 녹록지 않았지만 결국엔 해냈다는 뿌듯함과, 그 많은 변수 속에 나에게 나타나준 오로라가 그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좋은 일이 있기 전엔 잠깐의 어둠이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마치 오로라를 볼 수 있으려면 칠흑 같은 어둠이 마련돼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3. 참고사항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오로라의 색은 연한 녹색이었다. 그렇기에 포토그래퍼가 찍은 사진에서처럼 오로라 색깔을 다 그대로 눈으로 볼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같이 투어에 참여한 할머니는 오로라가 사진을 찍으면 초록색인데 그 초록색을 실제로 보고 싶어 왔다고 했다. 하지만 투어에서 이내 실망한 눈치였다. 내가 본 오로라는 사진에서 보이는 레이저 같은 초록불빛이 아니라 연기같이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오로라를 보러 오게 된다면 대자연이 주는 여러 가지 요소를 만끽하면서 오로라의 신비로움을 체험했으면 좋겠다. 선명한 녹색에 집착할 바에는 인근의 박람회에서 레이저쇼를 관람하는 게 낫다. 최소한 오로라는 레이저 불빛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곳에 와야 한다. 겸허한 마음으로 오로라를 기다리는 여정도 상당히 의미가 있었고, 결국엔 나타나는 오로라를 보며 꿈과 희망을 가득 품고 왔다. 오로라를 온몸으로 느끼며 소중한 시간을 즐기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오로라의 칼라스펙트럼을 담는 것은 카메라 렌즈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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